<동백꽃> 속 규태와 자영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오마이뉴스 송주연 기자] 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봅니다. 그 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 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기자말> “전 솔직히 엄마가 변호사랑 선보라길래 저랑 선을 왜 보시나 했어요.” 올 한 해 가장 화제가 됐던 드라마 중 하나인 KBS <동백꽃 필 무렵>. 극 중 규태(오정세)는 자영(염혜란)과 선을 보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는 규태와 자영이 얼마나 커플로서 ‘어울리지 않는지’를 표현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 커플, 드라마 주인공인 동백(공효진)-용식(강하늘) 못지않은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말았다. 사실 내겐 예쁘기만 한 동백-용식 커플보다 지지고 볶으며 사랑하는 자영-규태 커플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매력적이었다. 도대체 ‘선보기에도 가당찮은’ 이 커플은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또,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사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동백꽃 필 무렵>의 자영-

‘엄마’ 같은 익숙함을 선택한 규태 그렇다면 규태는 어땠을까? 규태는 일명 ‘마마보이’다. 외도를 한 남편과의 소원한 관계를 아들을 통해 보상받고자 했던 규태 어머니는 온갖 정성을 다해 규태를 양육한다.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을 챙겨주는 양육방식은 규태의 의존성을 강화했을 것이다. 때문에 규태는 어머니에게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아이 같은 행동으로 결국 어머니 품으로 돌아와 통제당하는 일을 반복한다. 이런 규태에게 자영은 엄마 같으면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점을 지닌 완벽한 파트너였을 것이다. 연애시절, 자영은 마치 엄마처럼 축구클럽으로 규태를 데리러 가고, 함께 하룻밤을 보낼 땐 “칫솔 사”라고 일러줄 만큼 규태를 세심히 챙긴다. 엄마 없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규태에게 자영의 이런 모습은 오히려 익숙하고 편안했을 것이다. 게다가 자영은 자신이 발달시키기 못한 완벽함과 똑똑함, 독립성을 지닌 인물 아닌가. 규태 역시 자신도 모르게 이런 자영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보완하고자하는 욕구가 생겨났을 것이다. 엄마같이 자신을 보살피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것 같은 파트너. 규태에게 자영은 심리적으로 매우 이상적인 파트너였음에 분명하다.

그렇게 둘은 이혼에 이른다. 하지만 서로 떨어져 거리를 두고 지내자 관계의 파탄에 기여한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자신을 돌아본 쪽은 규태다. 심란한 시간들을 거치면서 규태는 자신이 자영에게 ‘남편’이 아닌 ‘아들’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솔직하게 자영에게 말한다. “당신도 여자하고 싶었을 텐데 맨날 엄마노릇 하게 해서 미안해. 근데 당신이 나 혼내는 마음도 사랑이었듯이, 내가 죽어라 개기는 마음도 사랑이었어. 당신 앞에서 나도 좀 남자하고 싶었어. 그래서 더 못나졌던 거 같아. 미안해.” 34회 규태의 이 발언은 정말 놀라운 통찰이었다. 사랑했던 자영과의 관계가 엉망이 되어버린 이유를 정확하게 꿰뚫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규태. 그는 이때부터 자신에게 참견하는 어머니를 밀어내고 보다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자영에게 대신해주길 바랐던 점을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한 단계 더 성숙해간다.

이 커플이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랬다. ‘남자하기’를 바랐던 규태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술에 취한 자영이 있는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소파에 쓰러져 있는 자영에게 다가가 “누나. 홍자영!”이라고 이름을 부른다. 아마도 자영은 이 때 ‘남자 규태’의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관계에 자신이 행한 몫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약점을 수용해 보다 온전한 한 사람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분명 이후에는 훨씬 더 행복한 커플로 살아갔을 것이다. 이렇듯 자영-규태 커플은 사랑에 빠지는 심리적 기제와 그 함정을 극복하고 각자가 성장해 서로를 진정한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너무나 잘 보여주었다. 둘의 첫 만남 때 규태가 가졌던 의문 “저랑 선을 왜 보시나 했어요”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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